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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 자본주의의 욕망과 흔들리는 공정성을 드러낸 《마루사의 여자》의 줄거리, 등장인물, 감독과 배우, 평가

by 영화를 좋아하세요? 2025.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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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사의 여자》(マルサの女, A Taxing Woman, 1987)
《마루사의 여자》(マルサの女, A Taxing Woman, 1987)

 

《마루사의 여자》(マルサの女, A Taxing Woman, 1987)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법과 도덕의 경계를 흔드는지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이타미 주조 감독은 세무조사라는 생소한 세계를 통해, 이윤 추구가 중심이 된 사회에서 도덕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주인공 이타코는 탈세 혐의자를 쫓는 과정에서 인간 내면에 자리한 회피와 탐욕, 그리고 그 이면의 불안정한 윤리를 목격하게 된다. 감독은 이 과정을 통해 탈세라는 범죄를 넘어, 그 근본에 깔린 구조적 병폐를 드러낸다. 《마루사의 여자》는 단순한 수사극이 아닌, 자본주의가 낳은 갈등의 현장을 조용히 응시하는 사회적 성찰의 영화다.

 

줄거리

이타미 주조 감독의 1987년 작품 《마루사의 여자》는 일본의 세무조사관이라는 독특한 직업군을 중심에 두고, 법과 도덕,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 뒤엉킨 사회적 갈등을 치밀하게 파헤친 블랙코미디이자 사회극이다. 영화는 일본 국세청 산하 특별조사부 소속의 여세무조사관 이타코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그녀는 집요하고 치밀한 조사 능력을 바탕으로, 탈세 혐의가 있는 사업가를 끈질기게 추적해 나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세금 추적극 같지만, 이 영화는 탈세를 둘러싼 법의 맹점과 인간의 이중성을 은밀하게 드러낸다. 영화 속 탈세자들은 겉으론 합법적인 사업가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탈법과 탐욕, 회피 심리가 깔려 있다. 주인공 이타코는 이런 현실에 맞서 강인한 신념으로 조사에 임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보여지는 권력의 충돌과 도덕적 회색지대는 관객으로 하여금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영화는 장르적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세무조사라는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소재에 긴장감 넘치는 수사극의 요소와 유머를 절묘하게 녹여내며, 1980년대 일본 사회의 경제 성장과 함께 증가한 자본주의적 병폐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특히 주인공을 연기한 미야모토 노부코의 묵직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연기는 관객의 몰입을 이끄는 핵심이다. 그녀는 냉철한 조사관이자, 사회의 불합리를 직시하는 한 여성으로서 복합적인 내면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마루사의 여자》는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정의라는 단어가 얼마나 유연하고 모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적 은유다. 탈세자와 조사관이라는 구도 속에서 감독은 단순한 선악의 구분이 아닌, 제도와 인간 사이의 미묘한 간극을 포착한다. 이타미 주조의 연출은 경쾌하면서도 날카롭고, 리듬감 있는 전개 속에 현실의 이면을 가감 없이 담아낸다. 그 결과, 이 작품은 일본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사유에 빠지게 만든다.

 

등장인물

《마루사의 여자》는 단순한 수사극이나 블랙코미디를 넘어, 등장인물 각각의 내면과 관계를 통해 일본 사회의 도덕적 이중성과 법의 경계선을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주인공 마루사, 즉 국세청 특별조사관 이타코는 단순한 조사관이 아니다. 그녀는 사회 시스템 안에서 진실을 좇는 존재이자, 법이라는 도구를 통해 인간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관찰자 역할을 수행한다. 이타코는 무뚝뚝하고 원칙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정의감과 개인적인 고뇌가 공존한다. 그녀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경시되는 사회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며, 때로는 감정과 신념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녀의 주요 타깃으로 등장하는 러브호텔 사업자 구로사와는 전형적인 탈세자이자, 법의 빈틈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매너 있고 교양 있는 사업가처럼 보이지만, 그의 내면에는 철저한 계산과 권력에 대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와 이타코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의 기류다. 둘은 법의 양 극단에 서 있는 인물이지만, 서로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인정하는 복합적인 관계로 발전해 간다. 이 흐름은 단순한 대립 구조를 넘어서, 인간의 감정이 도덕과 욕망을 어떻게 교차시키는지를 잘 보여준다.

조연들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이타코의 동료 세무조사원들과 상사들은 냉정한 관료제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때로는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적인 고민과 현실적인 제약을 통해 제도 내부의 회색지대를 비춘다. 이들은 정의의 도구인 동시에, 때로는 현실 타협의 주체이기도 하다. 각 인물의 행동은 단순히 법을 지키는 것과 도덕적으로 옳은 것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며, 감독은 이 미묘한 거리감을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마루사의 여자》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직조하며, 법과 도덕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모색하는 인간 군상의 초상을 그려낸다. 각 인물은 저마다의 욕망과 한계를 안고 있으며, 그들의 선택과 갈등은 영화 전체의 긴장감과 메시지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이타미 주조 감독은 인물들을 통해 일본 사회의 단면을 풍자적으로 비추며, 우리가 믿고 의지하는 ‘정의’란 과연 무엇인지 묻는다.

 

감독

이타미 주조(伊丹 十三)는 일상 속에 숨은 사회 모순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감독이었다. 《마루사의 여자》는 그런 그의 연출 세계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그는 탈세라는 복잡하고 건조한 소재를 유머와 긴장으로 풀어내며, 일본 사회의 법과 도덕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욕망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이타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제도 뒤에 숨겨진 권력과 인간 군상의 민낯을 드러내고, 현실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단순한 풍자가 아닌, 구조 자체를 문제 삼는 그의 접근법은 당시 일본 영화계에서도 드문 시도였다. 《마루사의 여자》는 그가 가진 사회적 감각과 연출의 노련함이 결합된 대표작으로, 웃음 뒤에 씁쓸한 질문을 남기는 독특한 영화적 경험을 제공한다.

 

배우

《마루사의 여자》의 중심에는 배우 미야모토 노부코가 있다. 그녀는 주인공 이타코 역을 통해 단순한 세무조사관을 넘어서, 정의와 책임, 그리고 여성의 자존을 담아낸다. 강단 있고 단정한 외모 속에 숨어 있는 집요함과 인간적인 고뇌를 그녀는 절제된 연기로 표현해낸다. 특히 무뚝뚝한 말투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태도 속에서도,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미묘한 흔들림은 보는 이에게 묵직한 인상을 남긴다. 상대역 구로사와를 연기한 츠타무 야마자키 역시, 교양인처럼 보이지만 욕망에 충실한 인물을 유연하게 소화하며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인다. 이 두 배우의 대립과 호흡은 단순한 수사극 이상의 서사를 가능하게 했고, 《마루사의 여자》를 인간 드라마로 확장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평가

《마루사의 여자》는 1987년 일본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작품이었다. 이타미 주조 감독은 당시 흔히 다뤄지지 않던 ‘세무조사’를 중심 소재로 삼아, 법과 도덕, 권력과 욕망의 경계에 선 인간 군상을 날카롭게 그려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경제 성장기의 일본 사회가 마주한 자본주의의 이면, 즉 탐욕과 탈세, 제도의 허점을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내며 새로운 영화적 언어를 개척했다. 사회적 제도와 개인의 윤리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은, 단순히 ‘세금’이라는 소재를 넘어서 인간의 본질적인 속성과 마주하게 만든다.

영화의 중심은 철저한 세무조사관 이타코와 교묘하게 탈세를 이어가는 구로사와의 대립이다. 하지만 이 대립은 단순한 선과 악의 구도로 흘러가지 않는다. 오히려 감독은 양측의 시선을 모두 담으며, 법이 결코 완전한 정의가 아니고, 탈세 또한 단순한 범죄 이상의 구조적 문제임을 드러낸다. 탈세는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필연이자, 제도의 헛점을 이용한 생존 방식이기도 하다. 이타미는 이를 단순히 비판하는 대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제도 자체에 균열을 가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응시한다.

영화사적으로도 《마루사의 여자》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다. 당시 일본 영화는 침체기를 겪고 있었고, 대중성과 비판성을 동시에 갖춘 작품은 드물었다. 그러나 이타미 주조는 현실의 모순을 날카롭게 비틀면서도, 유머와 리듬감을 잃지 않는 연출을 통해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의 연출은 무겁고 딱딱할 수 있는 주제를 생활감 있는 시선으로 풀어내며, 관객이 영화 속 현실을 ‘남의 일’로 여기지 않게 만든다. 《마루사의 여자》는 그 자체로 사회적 풍경의 한 단면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도덕’이 얼마나 유연하고 왜곡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결국, 이 작품은 단지 세무조사의 현장을 그린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허용하는 회색지대의 풍경을 고발하는 영화다. 《마루사의 여자》는 일본 영화사뿐 아니라 현대 사회 비판 영화의 한 갈래로서, 지금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과연 옳게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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