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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산층 청년의 방황 《졸업》

by 영화를 좋아하세요? 2025.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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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The Graduate, 1967)
《졸업》 (The Graduate, 1967)

《졸업》이라는 영화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졸업》 (The Graduate, 1967)은 대학을 막 졸업한 청년 벤자민의 내면을 통해, 사회 초년생이 겪는 정체성 혼란과 심리적 불안을 날카롭게 조명한 작품이다. 벤자민은 명문대를 졸업했지만, 앞날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나 열정을 갖고 있지 않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배경을 가졌음에도, 그는 무기력한 하루를 반복하며 점점 자아를 잃어간다. 부모와 사회가 요구하는 삶과 자신이 원하는 삶 사이의 간극 속에서 방황하는 그의 모습은, 오늘날 많은 청년들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졸업》은 단지 과거의 영화가 아니라, 지금도 유효한 청춘의 이야기이며, 방황하는 젊은 세대에게 깊은 공감을 자아내는 시대의 거울이라 할 수 있다.

 

줄거리

주인공 벤자민 브래독(Benjamin Braddock)은 대학을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온 21세 청년입니다. 엘리트 교육을 받은 그는 누구보다도 유망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허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가족과 이웃들은 그에게 성공적인 진로와 결혼을 기대하지만, 벤자민은 그 기대에 부응할 열정이나 방향성을 찾지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친구의 아내인 로빈슨 부인(Mrs. Robinson)의 유혹으로 두 사람은 비밀스러운 관계를 시작하게 됩니다. 로빈슨 부인은 외로움과 결혼 생활의 공허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벤자민과의 관계를 유지하려 하지만, 벤자민은 이 관계가 단순한 일탈이라는 생각에 갈등합니다.

이 상황은 로빈슨 부인의 딸인 일레인(Elaine Robinson)이 등장하며 복잡해집니다. 벤자민은 처음에는 그녀를 단순한 소개팅 상대로 생각했지만, 곧 진심으로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나 로빈슨 부인은 두 사람의 관계를 강하게 반대하며, 자신과 벤자민의 과거를 폭로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일레인은 충격을 받고 그를 떠나지만, 벤자민은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건 모험을 시작합니다.

결국 일레인의 결혼식 날, 벤자민은 예식을 중단시키고 그녀와 함께 예식장을 탈출합니다. 이 장면은 당시 사회의 질서와 틀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하는 청춘의 상징으로 해석됩니다.

 

인물 

벤자민 브래독 (Benjamin Braddock) : 주인공. 미래에 대한 방향성과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청년. 사회적 성공보다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인물.

로빈슨 부인 (Mrs. Robinson) : 벤자민의 아버지 친구의 아내. 냉소적이고 복잡한 내면을 지닌 여성으로, 젊음에 대한 갈망과 결혼 생활의 공허함을 벤자민과의 관계로 해소하려 함.

일레인 로빈슨 (Elaine Robinson) : 로빈슨 부인의 딸이자 벤자민의 진정한 사랑. 순수하고 상식적인 인물로, 극 중 중요한 전환점 역할을 함.

브래독 부부 : 벤자민의 부모. 성공적인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중산층 부부로, 아들의 미래를 자기 기준에서만 판단하는 모습을 보임.

 

마이크 니콜스 감독

마이크 니콜스(Mike Nichols)는 《졸업》을 통해 영화감독으로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립한 인물입니다. 그는 원래 연극계에서 연출자로 활약하던 중 영화계로 진출했으며, 《졸업》은 그의 두 번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며 화려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니콜스 감독의 연출은 섬세하면서도 직설적입니다. 사회적 통념에 질문을 던지고, 인물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능했습니다. 《졸업》에서는 주인공의 불안과 공허함, 사회적 억압을 풍자적인 유머와 리얼리즘으로 풀어내며 당시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의 연출 방식은 배우에게 자유를 주는 스타일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강압적으로 장면을 이끌기보다는, 배우가 스스로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신인 배우였던 더스틴 호프만에게 많은 재량을 주었고, 이는 영화 속 자연스럽고 생동감 있는 연기로 이어졌습니다.

니콜스는 이후에도 《왓츄 올웨이즈》, 《클로저》 등 여러 작품을 통해 인간 심리와 사회 구조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감독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배우

더스틴 호프만(Dustin Hoffman, 벤자민 브래독 역 ) : 《졸업》에서 벤자민 역을 맡은 더스틴 호프만은 이 영화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당시만 해도 그는 외모나 이미지 면에서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의 현실적인 연기와 감정 표현은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벤자민은 대학을 졸업하고 삶의 방향을 잃은 청년으로, 부모 세대가 만든 틀 속에서 괴로워하는 인물입니다. 호프만은 그 불안, 고뇌, 그리고 갈등을 매우 설득력 있게 표현해냈습니다. 특히 그의 어색하고 민감한 몸짓, 복잡한 표정 연기 등은 이 인물이 단순히 반항적인 청년이 아니라 시대 속에서 길을 잃은 진짜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호프만은 이후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레인맨》, 《투씨》 등 수많은 명작에서 주연을 맡으며 연기 인생을 이어갔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두 차례 수상하는 등 최고의 배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앤 밴크로프트(Anne Bancroft, 로빈슨 부인 역) : 앤 밴크로프트는 로빈슨 부인 역을 맡아 영화의 무게중심을 잡아준 배우입니다. 그녀는 단순한 유혹자가 아닌, 공허한 삶을 살며 청춘에 대한 갈망을 숨기지 못하는 여성의 복잡한 내면을 탁월하게 연기했습니다.

당시 앤 밴크로프트는 이미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중견 배우였으며, 《졸업》에서는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훨씬 연상인 여성 역할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로빈슨 부인의 상처, 외로움, 그리고 분노까지 세밀하게 표현해 내며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캐서린 로스(Katharine Ross, 일레인 로빈슨 역) : 일레인 역의 캐서린 로스는 로빈슨 부인의 딸이자 벤자민이 사랑하게 되는 인물로, 영화의 감정적인 반전을 이끄는 중요한 캐릭터입니다. 그녀는 이상적이고 순수한 청춘의 상징이자, 동시에 현실의 갈등을 직면하게 되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로스는 담백하면서도 강단 있는 연기로 일레인의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으며, 이후에도 다양한 작품에서 활동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습니다.

 

영화 속 음악

벤자민은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무기력하게 떠도는데, 이 심리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바로 사이먼과 가펑클의 음악이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The Sound of Silence’, ‘Scarborough Fair’ 등은 벤자민의 내면을 대변하듯 공허하면서도 사색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멜로디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하며, 청춘의 방황과 고독을 묵묵히 감싸준다. 음악과 영상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은 벤자민의 불안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겪게’ 된다. 《졸업》은 사운드트랙과 감정선이 교차하는 대표적인 예로, 세대를 초월해 여전히 공감받는 이유다.

 

평가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졸업》은 단순한 청춘 로맨스를 넘어선 시대의 상징적인 영화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1960년대 미국 사회의 변화와 그로 인한 젊은 세대의 혼란을 날카롭게 포착했다. 주인공 벤자민은 안정된 가정과 성공적인 학업을 마친 전형적인 ‘이상적인 청년’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삶에 확신이 없고, 기존 질서에 회의를 품는다.

영화는 벤자민의 무기력과 방황을 통해 당대 청춘이 느낀 정체성의 혼란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이는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전 세대의 가치관 충돌이자 사회 전반의 혼란을 반영하는 서사로 읽힌다. 로빈슨 부인과의 관계는 기성세대와의 충돌을, 일레인과의 도피는 새로운 길에 대한 갈망을 상징한다.

철학적으로 보면, 《졸업》은 실존주의적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물음에 답하지 못한 채 떠도는 벤자민의 모습은 사르트르와 카뮈가 제기한 인간 존재의 불안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듯하다.

영화적 측면에서도 《졸업》은 획기적인 시도를 보여줬다. 카메라의 시선, 정지된 컷, 그리고 사이먼 앤 가펑클의 음악은 주인공의 감정을 극대화하며 관객을 그의 내면으로 깊숙이 끌어들인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벤자민과 일레인이 버스 뒷좌석에 앉아 허공을 응시하는 장면은 “행복한 결말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남기며 강한 여운을 준다.

결국 《졸업》은 청춘의 불안, 사회 구조에 대한 회의, 개인의 정체성 탐색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통해 세대를 넘어 공감받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으로 우리 앞에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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