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퀼스》(Quills, 2000)는 말의 자유가 인간의 영혼을 해방시킨다는 믿음을 고통스럽게 증명하는 영화다. 필립 카우프만은 18세기 지식인 마르키 드 사드를 통해, 권력이 인간의 목소리를 얼마나 잔혹하게 짓밟을 수 있는지를 묘사한다. 그는 펜 하나로 세상을 도발했고, 세상은 그 펜을 뺏기 위해 감옥과 신앙, 도덕이라는 이름의 굴레를 만들어냈다. 샤라턴 정신병원은 단순한 수용소가 아니라, 권력이 불편한 언어를 가둬두는 실험장이었다. 사드는 더 이상 종이도 잉크도 가지지 못했지만, 그는 벽에, 옷감에, 심지어 자신의 피로까지 글을 남겼다. 그 광기의 기록은 사실 절망 속에서 피어난 인간의 마지막 자유였다. 로이 신부가 내세운 도덕은 믿음의 탈을 쓴 폭력이었고, 신앙의 언어는 검열의 도구로 전락..
개요장뤼크 고다르 감독의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A bout de souffle)는 프랑스 영화사에서 누벨바그(Nouvelle Vague)의 시작을 알린 혁명적인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영화는 전통적 영화 문법을 깨뜨리고, 젊음, 자유, 불안정한 정체성, 그리고 현대 도시의 쓸쓸한 정서를 담아낸다. 이야기는 자동차 절도와 경찰 살해 후 도망치는 미셸과, 미국 유학생이자 신문 판매원인 파트리시아의 짧고도 강렬한 만남을 따라간다. 미셸은 범죄의 여파 속에서도 경쾌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파트리시아는 그의 범죄에 애매한 태도로 연루되어 간다. 두 사람은 파리의 거리를 배경으로 사랑과 배신,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결국 비극적 종말을 맞는다. 고다르 감독은 이 영화에서 핸드헬드 카메라, 자연광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