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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도시 현대인의 실존주의적 문제를 영화 속에 옮긴 《택시 드라이버》

by 영화를 좋아하세요? 2025.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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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1976)

들어가는 말

197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는 사회에서 소외된 한 남성의 내면을 치밀하게 그린다. 주인공 트래비스 비클은 전쟁 후유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택시 운전을 하며 살아가지만, 점점 현실과의 괴리 속에서 고립된다.

트래비스는 도시의 타락과 혼돈을 목격하며 자신만의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 그는 자신을 구원자로 인식하고 어린 매춘부를 구하려는 시도를 하며, 광기 어린 신념 속으로 빠져든다. 고독과 자기 소외는 결국 폭력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된다.

스코세이지는 트래비스의 시선을 통해 현대인의 정체성 위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불안정한 조명과 버나드 허먼의 음악, 드 니로의 절제된 연기가 결합되어 도시 속 고독한 자아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줄거리

베트남전 참전 후 귀국한 트래비스 비클은 불면증에 시달리며 뉴욕의 밤거리를 달리는 택시 운전사로 일한다. 그는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 속에서 점점 현실과 단절되고, 도시의 혼탁함 속에서 자신만의 시선을 형성해 간다. 도시는 그에게 거대한 쓰레기장처럼 느껴지고,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타락한 존재로 보인다. 트래비스는 이 세계에서 점점 고립되며, 자신만의 정의를 실현하려는 환상에 빠져든다.

트래비스는 선거운동원으로 일하는 여성 벳시에게 관심을 보이며 인간적인 교감을 시도하지만, 이내 어긋난 행동으로 관계는 단절된다. 이 사건은 그가 다시금 사회로부터 단절되었음을 자각하게 만들고, 내부에 쌓여 있던 분노를 극단적인 방향으로 몰고 간다. 그는 도심의 타락을 정화할 사명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며 무기를 구입하고 훈련을 시작한다. 이 무렵 그는 매춘을 강요당하는 소녀 아이리스를 만나게 된다.

아이리스는 트래비스에게 있어 오염된 세상 속 마지막 순수의 존재처럼 비친다. 그는 그녀를 구하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확신하고, 스스로를 구원자라 믿는다. 이후 그는 아이리스를 착취하는 포주와 관련 인물들을 찾아가 폭력적인 방식으로 해결을 시도한다. 총격전 끝에 아이리스는 구출되고, 트래비스는 사회적으로 영웅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이 결말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영화는 트래비스가 현실을 극복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환상과 폭력 속에서 길을 찾았음을 암시한다. 이 모호한 결말은 관객에게 정체성과 구원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등장인물

트래비스 비클은 베트남전 참전 후 뉴욕으로 돌아온 퇴역 군인이다. 그는 불면증에 시달리며 밤마다 택시를 몰고 도시의 이면을 목격한다. 점차 사회와 단절된 그는 자신을 점점 외부 세계로부터 고립시키고, 타락한 도시를 ‘정화’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든다. 그는 일상에서 점차 분노와 소외감을 키워가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폭력과 구원 사이에서 찾고자 한다.

벳시는 선거운동을 하는 사무실 직원이며, 트래비스가 처음으로 호감을 갖는 여성이다. 그는 그녀에게 데이트를 제안하고 인간적인 교류를 시도하지만, 사회적 감각이 부족한 트래비스는 첫 만남에 포르노 극장을 선택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보인다. 이 사건 이후 그녀는 그를 멀리하고, 트래비스는 자신의 소외가 돌이킬 수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

아이리스는 열두 살의 거리 매춘 소녀로, 트래비스가 스스로의 사명을 부여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는 그녀를 타락한 세상에서 구해야 할 순수의 상징으로 보며, 그녀를 구출하는 것이 자신의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아이리스는 처음엔 트래비스의 접근을 낯설어하지만, 그의 진심을 어렴풋이 느낀다.

스포트는 아이리스를 거리로 내모는 포주로, 트래비스가 폭력을 통해 제거하고자 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는 도시의 어두운 현실을 대표하는 존재로 그려지며, 트래비스의 폭력적 환상 속에서 ‘악’의 대상이 된다. 그의 존재는 트래비스가 무장하고 나서는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한다.

찰스 팰런타인은 벳시가 일하는 정치 캠프의 대통령 후보로, 트래비스는 처음에는 그를 존경하지만 이후 분노의 대상으로 돌린다. 팰런타인은 트래비스가 사회 전체를 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전환점에서 배신감을 상징하는 존재가 된다.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는 미국 영화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1942년 뉴욕 출생으로, 이탈리아계 가톨릭 집안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 천식으로 야외 활동이 어려웠던 그는 영화와 교회 사이를 오가며 내면을 키웠고, 그 감수성은 이후 그의 작품 세계 전반에 깊이 반영되었다. 종교, 죄의식, 구원 같은 주제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일관되게 관통한다.

스코세이지는 뉴욕대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고, 초기 작품들부터 도시 공간과 인물의 심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연출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비열한 거리》(1973)와 《택시 드라이버》(1976)는 그만의 도시 누아르 감성과 내면 탐구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작품들이다. 《택시 드라이버》에서 그는 외로운 개인이 혼탁한 도시를 배경으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을 집요하게 그려냈다. 이 영화는 현대인의 고립, 정신적 해체, 도덕적 혼돈이라는 실존적 문제를 영화적 언어로 풀어낸 대표적 예다.

그의 연출은 단순한 서사 구성에 그치지 않는다. 인물의 심리와 시선을 따라가는 카메라워크,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편집, 그리고 음악을 통한 정서적 리듬감까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택시 드라이버》에서도 버나드 허먼의 불안정한 음악과 로버트 드 니로의 내면 연기가 조화를 이루며, 트래비스라는 인물을 관객이 거부하면서도 공감하게 만든다. 스코세이지는 관객에게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질문을 던지고, 혼란을 체험하게 하며, 인간의 내면을 응시하도록 만든다.

이처럼 마틴 스코세이지는 단순히 범죄 영화나 누아르 장르의 감독이 아닌, 인간의 존재와 사회 구조 사이의 균열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영화 작가로 자리매김해왔다.

 

배우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 : 주인공 트래비스 비클 역을 맡았다. 그는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는 고립된 인물을 체험적 연기로 소화하며, 인간 내면의 분열과 불안, 사회적 소외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드 니로는 실제로 뉴욕 택시 운전사로 일하며 캐릭터를 연구했고, “You talkin’ to me?”라는 대사는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으로 기록되었다.

조디 포스터(Jodie Foster) : 열두 살의 매춘 소녀 아이리스 역을 맡아 충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그녀는 타락한 도시 속에서 이용당하는 어린 인물로, 트래비스가 구원하고자 하는 존재다. 포스터는 복잡한 감정과 생존 본능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사이빌 셰퍼드(Cybill Shepherd) : 선거운동원 벳시 역을 연기했다. 그녀는 트래비스가 처음으로 호감을 느끼는 여성으로 등장하지만, 그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이내 멀어진다. 셰퍼드는 냉정하면서도 현실적인 여성의 시선을 담아내며 트래비스의 고립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비 카이텔(Harvey Keitel) : 포주 스포트 역으로 등장한다. 그는 아이리스를 거리로 내모는 인물로, 트래비스의 분노와 폭력성이 집중되는 대상이다. 카이텔은 냉소적이고 위협적인 분위기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짧은 등장에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알버트 브룩스(Albert Brooks) : 벳시의 직장 동료 톰을 연기했다. 그는 유머와 사회성을 지닌 인물로, 트래비스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보여준다. 브룩스는 부드러운 연기를 통해 트래비스가 속하지 못하는 ‘정상 사회’를 상징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평가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1976)》는 개봉 당시부터 비평가들의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로저 이버트는 이 작품을 “미국 영화 역사상 가장 강렬한 심리 초상 중 하나”라고 평하며, 드 니로의 연기와 스코세이지의 연출 모두에 최고점을 부여했다. 폴린 케일은 트래비스라는 인물을 통해 현대인의 소외와 광기를 직관적으로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비평가들은 이 작품이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니라, 실존주의와 사회비판을 결합한 철학적 영화라고 해석했다.

영화는 1976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인정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테네시 윌리엄스는 영화의 폭력성과 감정적 깊이를 동시에 언급하며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남우주연상(로버트 드 니로), 여우조연상(조디 포스터), 음악상(버나드 허먼) 등 4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후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위대한 영화 100’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비평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리뷰 후 실존주의 철학이 스며든 작품에 대한 생각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1976)》는 실존주의 철학의 핵심 주제들을 영화적 언어로 구현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주인공 트래비스 비클은 현대 사회 속에서 단절된 자아를 지닌 인물이며, 타자와의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자기 세계에 갇혀 고립감을 심화시켜 나간다. 그는 스스로를 타락한 도시를 정화할 존재로 착각하면서, 인간의 실존적 불안과 삶의 무의미함을 폭력이라는 방식으로 돌파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자유’와 ‘책임’이라는 실존주의의 중심 개념이 비틀린 형태로 드러난다.

트래비스의 고독은 선택이 아니라 외부 환경이 강제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실존주의 관점에서 그는 여전히 자신만의 선택을 수행한다. 그는 도덕적 판단이 흐려진 상태에서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며, 결과적으로 사회가 오히려 그를 ‘영웅’으로 포장한다. 이는 장 폴 사르트르나 알베르 카뮈가 언급했던 인간 존재의 부조리와 맞닿아 있으며, 존재의 본질은 고통과 혼돈 속에서 스스로 정의해야 함을 시사한다. 트래비스는 자신이 만든 세계에서 주체로 남으려 했지만, 그의 구원은 실상 자기 파괴에 가까운 실존적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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