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퀼스》(Quills, 2000)는 말의 자유가 인간의 영혼을 해방시킨다는 믿음을 고통스럽게 증명하는 영화다. 필립 카우프만은 18세기 지식인 마르키 드 사드를 통해, 권력이 인간의 목소리를 얼마나 잔혹하게 짓밟을 수 있는지를 묘사한다. 그는 펜 하나로 세상을 도발했고, 세상은 그 펜을 뺏기 위해 감옥과 신앙, 도덕이라는 이름의 굴레를 만들어냈다. 샤라턴 정신병원은 단순한 수용소가 아니라, 권력이 불편한 언어를 가둬두는 실험장이었다. 사드는 더 이상 종이도 잉크도 가지지 못했지만, 그는 벽에, 옷감에, 심지어 자신의 피로까지 글을 남겼다. 그 광기의 기록은 사실 절망 속에서 피어난 인간의 마지막 자유였다. 로이 신부가 내세운 도덕은 믿음의 탈을 쓴 폭력이었고, 신앙의 언어는 검열의 도구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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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0. 28. 16:21